설연휴 5일 동안 정말 꼼짝없이 집에 있었다.
aipharos님이 '제대로' 몸살 감기에 걸렸고, 막내 동생이 11일 해군 입대하는 문제로 완전히 꼼짝없이
5일간 집에서 뒹굴었다.
그 5일을 난 다소 한심스럽게(정작 본인은 별로 한심스럽게 생각안하고 있지만 ㅎㅎ) XBOX360 신작게임
이며,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사카구치가 프로듀스한 RPG 게임  '로스트 오딧세이'를 하는데
할애한 것 같다.(지금도 귀가 후 하고 있다)
물론 영화도 틈틈이 보면서 말이지.

 

 

 

 

연휴 기간에 본 영화 중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Monsieur Hire/살인혐의]다.
이 영화는 내가 이미 두 번이나 VHS로 본 영화인데, aipharos님도, 어머님도 못 본 영화라 다시 한 번 봤다.
그 마지막의 울림은 정말이지...
이 영화에서 이르씨의 움직임은 언제나 수평적이다.

그가 하다못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도 절대 카메라는 수직 패닝을 하지 않는다. 그의 삶은 그렇게 '수평적'임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
그를 대하는 카메라가 그의 움직임을 좇아 수직적인 패닝을 보여주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 뿐이다.
그래서인지 다시 봐도 울컥하는 감정이 일어난다.
그리고 89년작인 이 영화가 고작 비디오 시장에나 풀리고 그냥 묻혀버렸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파트리스 르꽁뜨 감독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No Reservations/사랑의 레시피]도 봤다.
정말 뻔한 남자 캐릭터를 연기한 에론 에크하트, 뻔하기 짝이 없는 외로운 스타 쉐프를 연기한 캐서린 제타 존스.
모두 다 뻔하고, 스토리도 뻔했지만 은근히 재미는 있었다.
그 이유 중 태반은 이 영화에 엄청나게 많은 음식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식객]을 영화관에서 보신 어머님께서 가장 불평하신 부분은 [식객]에 음식은 거의 나오질 않는다는 거였다)
물론 그렇다고 [바베트의 만찬]이나 [빅 나잇]등을 생각하진 말자.
아무튼...  이 영화에선 스타 레스토랑과 스타 쉐프의 주방의 모습들이 살짜쿵 등장한다.
물론,
이 주방의 모습은 내가 익히 듣고 읽었던 모습들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내가 듣고 읽었던 주방의 모습은,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F워드와 함께 따귀가 날아가고,
세계적인 쉐프인 P.G(예의상 이니셜로)에게 주먹으로 맞아 이빨이 날아간 스탭의 이야기나,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했던 오쿠라 호텔의 한 양식당에서 음식에 불평하는 손님에게 쉐프가 직접 나가
요리의 철학과 조리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결국 손님에게서 사과를 받아낸 일화,
고등어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쉐프에게 헤드락을 당한 댄 바버,
치프 쉐프에게 오픈 키친의 레스토랑에서 팬으로 가슴을 얹어 맞은 마리오 바탈리,
계획성없는 치프 쉐프, 코카인에 취해 어쩔 줄 모르는 스탭등에 둘러싸여 미칠 듯한 새해를 맞이한
다니엘 블뤼드등의...
정말 미치도록 치열한 주방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한참 멀더라.
특히 에론 에크하트가 주방에서 오페라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고 스탭들이 일을 다 중지한채 듣다가
박수를 치는 장면은, 전형적인 쿨가이의 스테레오 타입을 형상화하는 것 같아 솔직히 웃겼다...-_-;;;;;

그렇더라도...
이 영화는 재미있었다. 게다가 [Little Miss Sunshine/리틀 미스 선샤인]의 선샤인양이 너무나 예뻐지고
그 가공할...X배도 많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_-;;;;
캐서린 제타 존스는 세월의 거부할 수 없는 흔적을 볼과 목에 가득 머금은 채 나와 과거 [조로]시절의
그녀를 기억하는 분들께는 은근한 아쉬움을 줬겠지만(그래도 그게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아무튼...
불과 몇 개에 2,200파운드를 호가하는 송로 버섯이나(자물쇠로 잠궈 보관하죠) 보기만 해도 침 넘어가는
가리비 요리, 양갈비 구이, 필레 미뇽, 푸와그라 테린, 수납통에 가득 담아 수저로 마구 퍼먹는  티라미수!!!!!

(세상에 디저트로 찔금찔금 먹던 우리에겐 이 장면이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 맛있는 티라미수를 스푼으로 퍽퍽 퍼먹다니!!!!),

토마토 베이스의 스파게티등을 모조리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즐거웠다.
난 이런 음식은 그저 '허기를 채우고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쉐프의 요리 미학을 감상하는 재미로
방문하는 것이 옳지 않나 싶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예술과 상통하는 면이 많은데다가, 예술 역시 자의적 해석과 작가적 해석이 공존할 수 있는
것처럼, 요리 역시 보다 능동적인 체험과 감상을 통해 쉐프라는 작가의 미학을 음미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점심이나 저녁시간에 손님이 몰려 꽁수를 통해 준비해 둔 음식을 내간다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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