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of Rambow/람보의 아들] directed by Garth Jennings
2007 / 약 96분 / 영국

토요일 오후에 친구를 만나고 오는 바람에 영화를 못보고 일요일 오전 민성이와 '동물농장'을 보고 셋 다 함께
미루고 미루던 [Son of Rambow]를 봤다.
이 영화는 우리에겐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로 잘 알려진 Garth Jennings 감독의 2007년작이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Blur와 Pulp, R.E.M의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여 주목받았던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
영국 감독답게 영화 내내 영국 영화만의 번뜩이는 감성이 잘 녹아있는 영화다.
포스터만 보면 무슨 아동 영화 정도로 폄하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아이들의 삶이 어른들의 삶과 조금도
다름이 없음을, 그러니까 그들도 그들의 룰대로 서로 치열하게 부딫히며 성장해나간다는 것을 묵직하게 보여
주는 영화로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언제나처럼 영국 영화들은 80년대말의 모습을 조망하는 영화들이 유난히 많다.
그 영화들은 하나같이 주옥같은 당대 팝넘버들을 삽입하는데, 이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모르겠지만 아마도 영국 음악의 사실상 전성기였던 2nc Invasion of British Rock 시절을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약간 들고...(Duran Duran, Culture Club등으로 대변되던 New Wave)
이 영화는 80년대 말, 영국의 한 사립학교에서 플리머스 형제회에 소속된 가족에 속한 윌리엄이란 아이가
문제아 리 카터를 만나면서 자신을 옭죄는 것에 대해 부정하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며 또래 아이들의 중심부로
걸어 들어가며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갈등 사이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윌리엄의 가족은 플리머스 형제회(Plymouth Brethren) 소속으로 플리머스 형제회는
보다 근본주의적인 성격의 폐쇄적 기독교 단체로 극단적인 예수의 재림을 희망하며 공동체를 이루며 강력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단체라고 알려져 있다.
그덕에 윌리엄은 학교에서 수업에 이용하는 TV를 통한 영상도 볼 수 없어 늘 그 시간엔 복도에 대기해야하는 모습이 나온다.

리 카터는 요양원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의 얼굴을 알 지도 못하고, 어머니는 연애한
답시고 다른 나라에 가서 얼굴 한 번 나오질 않으며, 정말 싸가지가 만가지인 형과 함께 둘이 살고 있다.
아무튼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 둘은 우연한 사고를 통해 서로 알게 되고 리 카터가 영화 [람보]를 근간으로
한 테스트 스크린을 찍는 일에 윌리엄이 가담하게 되면서 때론 요절복통스러운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일어나게 된다.
이 와중에 이 영화에서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프랑스 교환학생들 중 디디에르 레볼이 영국 학생들의
청춘 우상처럼 등극하게 되는 과정도 매우 과장되고 희극화된 채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의 어른들의 진부한 모습들(종교로 아이들을 변화시키려고 하고 그걸 선도라는 미명하에 강제하고
구속하려 하는 행위)은 답답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통제의식은 늘 저와 비슷하지 않은가싶다.

우리가 그 아이들보다 '무언가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인지하는 것이 절대적인 선의라고 믿고 이를 빌미로

그들을 강제하는 모습들을 보면, 저건 이 영화에서 다루는 진부한 어른들의 스테레오 타입이 아니라 그저 현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욱 현명하며, 자신들만의 사회화를 이룬다.
이 영화에서 그들 중 윌리엄과 카터는 심한 열병을 앓지만, 만인의 우상처럼 등장했던 디디에르도 사실은
그에 못잖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Rambo]는 실베스터 스탤론을 유명하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레이거노믹스의 정치선전용 도구가 될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많은 학부모들에게 가장
사악하고 유해한 영화로 꼽히곤 했다. 람보는 정글에서 온갖 자연 무기를 통해 자신을 추적하는 200명의
병사들을 따돌리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당시로선 충격적이기까지했다(나도 당시에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봤다)
윌리엄은 이 영화를 반대하는 플리머스 형제회에 속한 가족의 아이였지만 이 영화를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곤 자신을 'Son of Rambo'w''라고 자처하기에 이른다.
영화를 반대하는 플리머스 형제회의 방식이 곧 아이들을 구속하는 방식과 동일한데, 플리머스 형제회는 내 생각이지만

단순히 특정 종교단체가 아니라 영국의 청교도적인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보수주의를 비꼬는 듯하다.

개개인의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 나가면서 스스로의 사회화를 이루는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보수주의의 행태는 제시하고 지시하며 이를 규제하려고 할 뿐이다.

으... 영화내용을 말하지 않고는 정말 감상문쓰기가 힘든 영화같은데, 아무튼 이 영화는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가 결코 아니며, 민성이 뿐만 아니라 나와 aipharos님도 정말 재밌게 봤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달아가는 갈등의 구조는 대단히 폭발력이 강하고, 마지막의 메시지도
생각보다 훨씬 진솔하며 감동적이다.
가슴이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니까.

 

 

 

 

 

'Cars' - Gary Numan

예전 정말 자주 들었던 Gary Numan의 'Cars'!가 수록되어 있다.
이 노래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I Can't Wait' - Nu Shooz


내가 좋아했던 Nu Shooz의 'I Can't Wait'도 수록되어 있다.

[Son of Rambow]의 트랙 리스트. OST Track Listings
1. The Cure - Close To Me
2. Siouxsie & The Banshees - Peek-A-Boo
3. Gary Numan - Cars
4. Duran Duran - Wild Boys
5. Jonathan Richman - Egyptian Reggae
6. Nu Shooz - I Can't Wait
7. Fun Boy Three - Our Lips Are Sealed
8. Blondie - Rapture
9. Human League - Love Action
10. The Real Roxanne - Bang Zoom
11. Joby Talbot - The Best Day Of All Time
12. Joby Talbot - Bicycle Ride
13. Joby Talbot - The Scarecrow
14. Joby Talbot - The French Kid
15. Joby Talbot - First Day Filming
16. Joby Talbot - I'm French, Non?
17. Joby Talbot - Disaster
18. Joby Talbot - The Sad Day
19. Joby Talbot - The Hospital
20. Joby Talbot - Can You Fix It?
21. Joby Talbot - Son Of Rambow

 

 

 

 

'Son of Rambow' Trailer


*
아이들의 연기는 너무 훌륭하다.
주인공 윌리엄역의 Bill Milner는 너무 귀엽다. Will Poulter의 카터역도 아주 인상적이고 정말 프랑스인인
Jule Sitruk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
우리는 우리대로, 민성이는 민성이대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가득한 영화였던 것 같다.
민성이도 무척 재밌었는지 다시 보고 싶다고 하니, 이런 영화야말로 진짜 가족 영화아닌가.
그것도 마냥 뻔한 메시지를 주는 헐리웃 패밀리물도 아니고말이다.
[About a Boy]도 그렇고 아무튼 가족들 모두 모여서 볼 수 있고, 자신들세대에 따라 느낄 수 있는 중심이
충분한 이런 독특한 감성의 영화들이 나오는 환경은 무척 부럽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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