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파도없는 소리 Soundless Waveless Sound]
전시공연
@코스모40 COSMO 40
놀랍다.
이런 공연이 무료 공연이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이 공연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오늘(12.15 일요일) 저녁 7시, 인천의 코스모40 @cosmo.40 에서 열렸던 '소리 없는 파도 없는 소리 Soundless Waveless Sound' 마지막 공연.
멋진 공연일 것 같아서 기대했던 공연인데 그 이상이었다.
6시 55분 관람객 모두 1층에 모여서 엘리베이터를 차례차례 타는 것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엘리베이터에 낯익은 얼굴이 보여 반가와 나도 모르게 인사를 했다.
바로 이 전 글에 와이프와의 투샷을 올린 박유라 무용수 @cricket113
박유라 무용수가 호흡을 끌어올리며 시작된 엘리베이터가 4층에 도착하자 자욱한 연기 속에서 공연장 입장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4층을 들어서는 순간,
기타리스트 김진이씨의 사운드가 김다움 작가의 파도가 부서지는 영상과 함께 영화처럼 내 머리에 전해졌다.
음악을 느끼며, 영상을 보며 걸어들어가는 그 순간,
지금 이 공간과 이 시간은 할 하틀리 Hal Hartely와 데이빗 린치 David Lynch의 시간과 공간인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현실을 뒹굴던 내가, 언젠가, 그 언젠가는 바다였고 간척사업이 이뤄진 후 육지가 되고, 그곳에 공장이 세워졌고, 그 용도를 다한 뒤 이젠 재생공간이 되어 이 공연이 펼쳐지는 이 공간에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김진이씨의 기타가 명멸한 뒤, 건너편 공간에선 거리를 둔 채 박유라 무용수의 퍼포먼스가 펼쳐 졌다.
처음엔 연신 셔터를 누르던 내가 나중엔 셔터 누르는 것을 잊었다.
박유라 무용수는 마치 호흡을 하기 위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2층에선 호흡을 하기 위해 뛰는 것 같았다.
1층에선 호흡을 하기 위해 하품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호흡을 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 모든 행위가 박유라 무용수의 눈가에 맺힌 작은 이슬로 표현된 것 같았다.
박유라 무용수가 동승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것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박유라 무용수는 엘리베이터에서 호흡을 끌어 올린다.
기타리스트 김진이
4층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날카로우면서도 진한 애잔함으로 공간을 채우는 기타 선율.
그리고,
기타리스트를 휘감아 벽면에 투사되는 김다움 작가의 파도 영상.
정말 좋았다.
처음부터 완전히 매료되었어.
지금 이 공간과 이 시간은 할 하틀리 Hal Hartely와 데이빗 린치 David Lynch의 시간과 공간인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현실을 뒹굴던 내가, 언젠가, 그 언젠가는 바다였고 간척사업이 이뤄진 후 육지가 되고, 그곳에 공장이 세워졌고, 그 용도를 다한 뒤 이젠 재생공간이 되어 이 공연이 펼쳐지는 이 공간에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기타 소리가 사라진 뒤,
바로 건너 공간에서 박유라 무용수의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인적으로 많이 놀랐다.
박유라 무용수의 몸짓을 하나하나 이해할 필요도 없이
어느 순간인가부터 나도 모르게 그 동작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되었다.
공간의 공기를 삼키고 뱉으며 몸짓 하나하나에 드러나는 감정의 폭포수를 그대로 내가 받아내는 기분마저 들었다.
다이애나 사운드 X 박유라
박유라 무용수의 퍼포먼스가 끝나고,
관객들은 모두 2층 공간으로 내려왔다.
1층 공간에서 sound performance가 시작됐다.
다이애나 사운드가 들려주는,
아니 구성하는,
아니 형성하는 사운드가 코스모40 1,2층 내 구석구석 배치된 스피커에 의해 소리의 방향성이 배제된 채 낱낱히 귓가에 파고 들었다.
그리고 박유라 무용수는 관객들이 서있던 2층 공간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1층 공연을 보기 위해 난간에 붙어있던 관객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난간에 붙어 질주한다.
(아래 동영상 참조)
무대와 관객이 명확하게 분리된 퍼포먼스를 보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얼마전 '군무리서치 프로젝트'도 그렇고,
이렇게 무대와 관객의 장벽이 사라진 순간 예술이 얼마나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지를 깨닫고 있다.
다이애나 사운드의 사운드는 언어다.
공간이 표현해낼 수 없었던 갈라지고 부서지는 순간의 언어다.
퍼포머는 줄에 연결된 센서를 잡고 빙빙 돌린다.
이 공장이 이전에 바다였고,
그리고 땅이 되었고,
공장이 되었으며
이후에 폐기되어 가치를 잃었다가
다시금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진 공간.
마치 버려진 공간에 채워진 온기를 확인하듯 퍼포머는 센서를 빙빙 돌리고 그에 부응한 사운드는 소리를 증폭시킨다.
박유라 무용수는 마치 호흡을 하기 위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2층에선 호흡을 하기 위해 뛰는 것 같았다.
1층에선 호흡을 하기 위해 하품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호흡을 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 모든 행위가 박유라 무용수의 눈가에 맺힌 작은 이슬로 표현된 것 같았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반지하로 내려 들어갔다.
그렇지.
이 공간은 우리가 9월, 코스모40에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미디어 아트, 설치 작품이 있던 장소.
TACIT GROUP의 'OP SOUND'가 있던 그 장소.
다이애나 밴드의 퍼포밍이 끝난 뒤, 박유라 무용수의 퍼포먼스가 시작되었고,
호흡을 하기 위한 하품은 우리가 이전에 코스모40 @cosmo.40 에 왔을 때 보았던,
TACIT GROUP의 'OP SOUND'가 펼쳐졌던 바로 그 반지하 공간으로 관객을 이끌었고,
그곳에서 첼리스트 이혜지씨의 REM 상태의 수면을 표현한 듯한 첼로 사운드가 펼쳐졌다.
물론 이혜지씨의 사운드는 무거운 파도에서 땅이 되고(간척), 공장으로서의 용도가 폐기된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지만,
난 이 모든 것이 수면으로 이어지는, 또다른 시작을 위한 휴식의 소리로 들렸다.
첼리스트 이혜지의 연주로 '소리없는 파도없는 소리' 공연이 막을 내림.
정말... 멋진 공연 즐거웠습니다.
정말 이런 공연 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