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 Divo/일 디보] directed by Paolo Sorrentino
2008 / 약 110분 / 이태리, 프랑스

일단 이 영화는 이태리의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Mafia Wars(마피아 전쟁)' 기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 영화에는 2시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에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마구 등장하고, 비교적 잘 알려진
알도 모로에 대한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심리도 자주 반영되므로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 영화는 의외로
보기 힘든 영화가 될 수도 있다. 마피아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던 aipharos님도 초중반까지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무척 힘들다고 말했는데 마피아 전쟁에 대해 본인도 그닥 대단한 지식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접한
몇몇의 영화와 음악을 통해서 대략의 역사적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이 이 영화를 보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약간의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도 이태리의 정치가 마피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가장 부패한 집단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총리만 7번을 지낸 사실상 이태리 정치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알도 모로 역시 총리만 5번을 지낸, 기독민주당(CD)에 소속된 정치실세였다.
1978년 알도 모로는 그 유명한 '붉은 여단(RB)'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백주대낮 대로변에서.
알도 모로가 납치되자 엄청난 국가적 대검거 작전이 시작되지만 결국 알도 모로는 납치 55일만에 차트렁크 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실 이건 역사적으로 알려진 얘기일 뿐이다.
알도 모로는 그 당시 자신의 기독민주당과 좌파인 공산당(ICP)의 대연정을 이끌어낸 대단한 수완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좌파인 공산당의 개혁 정책보다 더 앞서간 개혁 정책을 벌여 전형적인 미국과 유럽의 극우 세력들에게
상당한 우려를 샀던 정치인이다.
게다가 붉은 여단에게 납치되었다고는 하지만, 붉은 여단이 이미 좌파 계열의 집단인데 자신들보다 더 강력한
개혁정책을 펼치는 알도 모로를 납치한다는 것도 어딘가 이상하고, 게다가 붉은 여단이 석방을 요구한 13명의
죄수들 중 겨우 5명만 RB 멤버였으며 정작 무기형을 살던 주요 RB 멤버에 대한 석방은 요구조차 하지 않았고,
13명 중 3명은 또 마피아 멤버였다. -_-;;;;
즉, 알도 모로는 역사적으로 RB라고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 납치되었으나 사실 RB는 계획적으로 조작된 것이고,
알도 모로가 사체로 발견되자 이태리 내의 사회 운동이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알도 모로의 후임
수상이 바로 줄리오 안드레오티였다) 알도 모로의 납치 사건은 줄리오 안드레오티가 우파들의 우려를 종식시키고,
자신의 수상 재임기간에 사회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 알도 모로의 정적 중 한 명으로 극우 파시스트 계열이었던 P2 출신이 바로 지금의 이탈리아를 완전
말아먹고 있는 빌어먹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사실 지금 베를루스코니가 P2 소속인지
글라디오 소속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남)
아무튼 알도 모로가 납치되었을 때 기술한 줄리오 안드레오티에 대한 폭로글을 입수했다고 알려졌던 알베르토
달라 키에사 장군 그리고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미노 피코렐리 기자는 모두 바로 킬러에 의해 살해되는데,
이 살인에 대한 사주의 혐의로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계속 법정에 서야 했다.(결국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다)
아무튼 그닥 도움이될 지 모르나... 영화에 나오지 않지만 위 정보를 알고 영화를 본다면 보다 더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피아 대전쟁이란 1981년을 기점으로 팔레르모 지역에서 꼴레오네 패밀리와 그레코 패밀리등의 타 패밀리간의
엄청난 살육전을 얘기한다. 팔레르모의 기독민주당의 리더 마이클 레이나는 꼴레오네 패밀리에 의해 살해되었고,
팔레르모 경찰총장 대리였던 보리스 줄리아노도 꼴레오네 패밀리에 의해 살해되었다. 판사, 주지사 피에르잔티
마타렐라 역시 지방정부의 토목건축공사 계약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다가 피살되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판사, 경찰관리들이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피살되었고, 또 마피아 패밀리간의 극심한 살육전으로
팔레르모에서만 300여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마 워낙 역사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이태리가 얼마나 마피아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걸작인 [Gomorra/고모라]를 보면 신자유주의의 허황된 열매를 먹고
독버섯처럼 자라고 썩어가는 이태리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목도할 수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매스 미디어를 완전히 접수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만을 쓰며, 반대자에겐 재갈을 물리는
현재의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우스운 나라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물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공영방송의 광고를 없앤다고 하는 해괴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이는 결국 민영방송의
거대화를 의미한다)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녹을 먹은 타락한 정치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지금 이태리의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양반과 신사 정도로 여겨질 정도로 몰상식하고 가소로운 이 나라의 이 정부가
벌이는 작태의 끝이 어떨지 난 궁금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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