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Time Table] by 3호선 버터플라이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대표 록그룹이다.(서태지가 아니다)
세간에선 언더그라운드의 올스타라고 하지만, 오버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된 그룹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시피 하므로
(NEXT의 신보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사실상 이들이 허클베리 핀과 함께 한국을 양분하는 그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전 음반들까지는 반신반의하던 본인도 본작에서 시도된 다양한 음악들과 릴테입을 통해
아날로그의 질감을 만들어내려 한 새로운 도전 정신등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곡은 이전과 달리 축축하게 폐쇄적인 옷을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생동감이 넘쳐 나고 있으며,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 또한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에 선뜻 엄지손가락 둘 중 하나는 나도 모르게 뒷춤으로 슬쩍 감추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음반의 이질적인 부자연스러움이다.
이상하게도 자꾸 '작정하고 만든' 느낌이 강하다.
남상아의 보컬도 좋고, 성기완의 사운드도 좋으며, 휘루의 해금도 다 좋은데 이게 모조리 다 체화된 음악이 아니라
강제로 새옷을 끼어 입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겠지?
앞으로 더 기대된다.
뮤비는 서비스...랍니다.
17. [Kasabian] by Kasabian
-영국 레체스터 출신인 Kasabian의 음악은 곰곰히 들어보면 사실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더 냉혹하게 말하자면 이 음악은 진부한 편곡으로 구성된 클리셰 덩어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난 Kasabian의 곡을 오늘도 들었다.
Kasabian의 그룹명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희대의 살인마이자 사이비 종교의 교주 였으며 그 유명한 테이트양 살인사건(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와이프)을
지시한 찰스 맨슨의 (매릴린 맨슨이란 그룹명도 매릴린 몬로와 찰스 맨슨의 합성어임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죠)
Family 일원이었으나 후에는 법정에서 증인이 된 Linda Kasabian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흥미있으신 분은 찰스 맨슨 법정 재판 증언을 한 번 보세요. 보러 가기)
어쨌든 이 기묘하게 인도 음악의 향취가 솔솔 풍기면서 일렉트로니카의 기운도 살짝...
거기에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감기는 맛깔스러운 멜로디 라인으로 무장한 이 음반은 2004년 영국 록씬의 수확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은근히 쿨~한 그룹 멤버들의 면모도 주목할 만한, 기대주!
**
(로만 폴란스키가 아내인 테이트를 잃고 극심한 혼란기를 거쳐 만들어낸 영화가 바로 1971년작 [Macbeth]입니다.
이 영화는 폴란스키의 영화 중 가장 어둡고 광기어린 영화이기도 하구요.
제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Julie Taymore감독의 [Titus]와 함께 가장 광기어린 세익스피어 작품의 영화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뮤비는 꼭 보시여요... 플레이 버튼을 누르셔야 재생이 됩니다
18. [Scissor Sisters] by Scissor Sisters
-자... 80년대 중반에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었던 퀴어 그룹 Frankie Goes To Hollywood의 대표곡인
이들의
이들의 본작은 그야말로 70년대~80년대의 선배 그룹들의 곡들을 패러디함으로써 선배들에 바치는 오마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뉴욕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이 빌리지 피플의 2000년대 버전 정도의 의상을 입고 서있는 점을 봐서
어떤 패러디를 통한 풍자나 가치전복적인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사실 좀 실망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The Bee Gees, Duran Duran, Queen, Village People, David Bowie, 그리고 심지어 Pink Floyd의 음악까지 마구 섭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EltonJohn에 치우치고 있는 이들의 음악적 성향은 초반의 키치적인 상상력을 깡그리 무너뜨려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을 그냥 맘 편히 먹고 즐기기로 작정한다면 그 만족감은 제법 알싸~한 맛을 준다.
각양 각색의 70~80년대 펑키 디스코 편곡과 묘하게 공존하는 그루브함은
단순한 복고주의적 향연에서 그치지 않게 곡의 생명력을 확장시켜주는 역할도 톡톡히하고있다.
뮤비는 역시 써어~비스... 플레이 버튼을 누르세용
19. [Antics] by Interpol
-드뎌 나왔다. Joy Division의 추종자들에게 둘도 없이 더할 나위없는 최고의 그룹 'Interpol'.
Interpol이란 그룹을 얘기하려면 사실 수도 없이 많은 그룹 이름들을 즐비하게 열거해야 한다.
하지만, 단 하나의 그룹으로 얘기해보라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Joy Division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Interpol과 Joy Division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뭐... 사실 본인은 이들의 데뷔작인 [Turn On the Bright Lights]를 들었을 때
분명히 영국 그룹일 거라 생각했다가 미국 그룹이어서 한 방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건 the Strokes에 이어 두번째 이단옆차기를 당한 건데, 이들이 모두 미국보다는 영국의 기타록에 훨씬 가깝다는 걸 보면 일단 수긍이 간다.
Interpol의 두번째 음반인 [Antics]에 대해선 평단의 반응이 우호적이지만 전작 만큼은 아니다라는 것이 대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음악 전문지들이 2004년을 결산하며 이들의 음반을 그해의 음반으로 끼워 넣은 것을 보면,
이들의 음악이 이젠 대중과의 소통에서 명확한 접점을 찾아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본인의 생각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들의 데뷔작과 비교하면서 '데뷔작만 못하다' 라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언 커티스가
다시 무덤에서 일어나 스테이지 위로 올라온 듯한 폴 뱅크스의 보이스를 통해 받은 충격이 조금 무덤덤해졌다는 것,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간혹 원숙함과 자가복제의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2집인 [Antics]의 전곡은 1집과 필적하거나 어쩌면 그 이상의 완성도를 보증하고 있다.
결코 빼먹지 말아야할 2004년의 베스트 중 하나.
20. [Last Exit] by Junior Boys
-2004년의 캐나다는 장난이 아니였다. 물론 캐나다가 원래 록의 강국임은 지난 번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2004년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모두 끌어 안으며 각 장르 별로 수작 음반을 쏟아냈다.
(2004년에 스웨덴, 노르웨이, 스코틀랜드,캐나다가 없었다면 음악듣는 재미의 6할은 날려 버렸을 거다)
제레미 그린스팬과 조니 다크로 구성된 이 '골때리는' '패셔너블 펑키 일렉트로닉 댄스 듀오'는
마치 80년대의 무미건조한 뉴웨이브 시절로 듣는 이를 워프시켜준 듯한 사운드를 들려 준다.
그렇다고해서 혹자가 얘기하듯 이들의 음악이 80년대를 풍미했던 Human League(영국의 뉴웨이브 그룹)와 비슷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물론 본인도 Human League를 무척 좋아했지만, 그들의 음악과 달리 Junior Boys의 음악들은 되려 생뚱맞을 지 모르나
Hall & Oates의 곡 분위기와 유사하다. 보컬의 목소리가 의외로 은근히 소울의 냄새가 진하며,
리듬과 비트도 과도한 브레이크 비트 사이에 펑키한 매력이 솔솔 풍겨나오는 등, 오히려 흑백 듀오로
80년대를 아작냈던(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인기 꽝이었던) Hall & Oates와 비슷한 것이라고 해야 겠다.
어쨌든, 90년대 초중반 일렉트로니카 씬을 휩쓸던, 갈 때까지 가보자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레이브 비트로 덕지덕지 옷을 기워입고
과도한 그루브로 자신을 소진시키던 일렉트로니카에 식상한 대중들에게 새로운 일렉트로니카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음반은 마땅히 50장 중 한 장으로 손꼽힐 만하다.
과거를 바라보고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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