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 이름 한번은 들어보았을 이태리 디자이너, 엔조 마리 (Enzo Mari).
엔조 마리의 사상과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전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지난 주에서야 알게 되어 부랴부랴 들렀다.
우리가 전시를 보러 간 날이 엔조 마리 전시의 마지막 날이었다는거.
가보길 정말 잘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2주 연속으로 방문을 하게 되는구나.-_-;;;
지난 주엔 간송문화전을 보러 왔고, 왔다가 WETA Workshop(웨타 워크숍) 전시도 봤고.


 

 

 

 

 

 

엔조 마리 전시는 조금 떨어진 이간수문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성곽을 지나서...

 

 

 

 

 

 

 

 

이간수문에 다다르기 전에 이간수문전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이간수문은 도성의 성곽을 통과하는 수문이다.
2개의 홍예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경성운동장이 들어서면서 사라졌던 것을 DDP 건설하면서 다시 재현했다.

(발굴 유물 그대로 활용해서 훼손된 상부등만 보충해서 복원했다고 한다)

 

 

 

 

 

 

 

이간수문전시장.
아래, 위 2층으로 구성.

 

 

 

 

 

 

 

엔조 마리 디자인展

 

 

 

 

 

 

 

들어서자마자...

 

 

 

 

 

 

 

 

그의 디자인 철학과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 프로젝트의 제품들을 볼 수 있다.
AUTOPROGETTAZIONE Project...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 프로젝트)란 '스스로 알아서 만든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가구 정도는 알아서 스스로 제작하라는 뜻이지.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세디아1 (Sedia 1 Assembly Kit)이다.
1974년에 설계된.

 

 

 

 

 

 

 

엔조 마리는 자신의 디자인 도면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공개했다.
엔조 마리는 지나치게 소비 지향적인 가구 시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누구나 쉽게 가구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가구를 만들 수 있는 가구 디자인을 개발하고 공유했다.
우리가 늘상 접하는 '디자인'이란 것이 제품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이기 전에 디자인 그 자체로 제품의 목적에 충실한 본질이라는 것을 엔조마리는 강조한 듯 하다.
세디아1이 그 정신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튼튼하고, 쉽게 만들 수 있고, 시대를 아우르며(트랜디하지 않고),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그런 의자.

 

 

 

 

 

 

판재와 망치, 못만 있으면 못만들 것이 없다.
물론 판재는 사이즈에 맞게 재단되어있어야하거나 아니면 톱을 이용하면 된다.


 

 

 

 

 

엔조 마리의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 오리지널 버전들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참여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움... 부럽네. 이런 워크숍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니.

 

 

 

 

 

 

이 디자인들은 제품이 가지는 본연의 목적에 우선적으로 충실하다.
하지만 구현된 제품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구조는 곱씹어봐야할 부분이 많다.
튼튼하고 투박해보이지만 조형적으로는 상당히 아름답다.

 

 

 

 

 

 

이 테이블만 봐도 그렇다.
판재의 너비가 동일하며 재단 길이만 다르다.
구조적으로 흔들림없도록 아래서부터 위로 견고하게 축조되어올라가듯 설계된 구조는 매우 인상적이다.

 

 

 

 

 

 

침대.
몇개의 판재, 그리고 망치와 못만으로 구현한 침대.

 

 

 

 

 

 

 

물론...
우린 흔히 말하는 '쌔끈한' 디자인의 제품에 열광한다.
다른 제품과 다른 '쌔끈한' 디자인의 제품이라면 다른 제품에 비해 그 가격이 2~3배, 혹은 수배이상 비싸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지불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보거나 혹은 직접 경험하곤 한다.
그러한 소비 행위를 모두 그릇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우리가 그러한 다분히 과시적인 소비에 길들여져가면서 제품이 가진 본연의 의미를 경시하고 있는지를 자문할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이러한 경쟁적인 소비 행위를 통해서 제품의 목적에 충실한 제품 자체를 폄훼하지는 않는지...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


 

 

 

 

 

엔조 마리의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 프로젝트는 실제로 가구를 기획하고 판매하는 내 입장에선 상당히 전복적인 가치로 다가온다.
또한 내가 가구 시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지향해야할 가치에 대해 매우...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해준다.
머리가 복잡하다.

 

 

 

 

 

 

 

 

어찌보면 이 단순한 제품들이 던져주는 복잡다난한 문제들.-_-;;;

 

 

 

 

 

 

그는 가구가 평등한 제품으로서 대중의 주체적인 삶을 견인하는 역할을 원한 듯 하다.

 

 

 

 

 

 

 

물론... 이 부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주거공간이 아파트 또는 사적인 유희 공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공동주택 위주인 한국에선 더더욱 쉽지 않은 문제다.
집에서 판재를 구입해 톱과 망치를 통해 가구를 제작한다는 것은 일반 가정집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경우엔 공방을 찾아가야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공방 역시 우리 주위에 흔하지 않고(일부 지역에 집중),

공방도 유지를 위해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가구를 직접 제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히다 프로젝트 (HIDA Project)

개체수 조절이 되지 않고 있는 삼나무를 가구로 사용할 수 있는 강도로 압축하여 이용한 작업.
일본 히다 산업과의 디자인 협업 제품.
히다 산업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제품.
당연히 가격은 양산 제품에 비해 비쌀 수 밖에 없었으나 지속적으로 생산 단가를 낮추는 디자인을 연구하여 판매 가격을 낮추어 왔다.

 

 

 

 

 

 

 

아... 예쁘구나.
사실 우리나라에서 삼나무 가구라는건 바로 싸구려 가구...로 인식되곤 한다.
삼나무의 특성이 상당히 무른 편이라 견고한 내구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히다(HIDA)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삼나무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압축시킨 삼나무를 사용한다.

 

 

 

 

 

 

카잔(KAZAN) 프로젝트.

2001년 엔조 마리는 일본의 유명한 백자 생산지인 하사미의 도자기 카탈로그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카탈로그의 제품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하사미의 도자기들이 일본 특유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전혀 계승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엔조 마리는 하사미 장인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대중이 바라는 것보다 지켜야하는 문화를 자각하고 그 사명을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단다.
개개인의 완결된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장인들 한명한명이 서로의 장점을 주고 받으며 완결성을 구축하는 형태의 작업을 이끌어 '하사미'만의 아이덴터티,

즉 일본 고유의 문화적 전통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하사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듯 하다.

 

이 백자들의 아름다움이란...

 

 

 

 

 

 

 

 

 

 

 

 

 

 

 

 

 

 

 

 

 

질리오, 벤베큘라, 아멜란드.
종이칼.
1985, 1961, 1962.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상인들을 위한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 2014 프로젝트.






 

간단히 제작할 수 있는 간이세면대.

 

 

 

 

 

 

 

 

 

 

 

 

 

 

 

엔조 마리의 디자인 철학을 영상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이곳에서.

 

 

 

 

 

 

 

엔조 마리가 상업적으로 실패했던 소파베드에 대한 에피소드는 지금도 시장에서 수없이 실패하는 이용자 중심의 친화적 제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상은 끝까지 다 볼 가치가 충분하다.

 

 

 

 

 

 

 

전시 마지막날.
오길 정말 잘했어.

 

 

 

 

 

 

 

이제 2층으로 올라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