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금요일은
aipharos님과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Pina Bausch(피나 바우쉬)의 'Nefes' 공연이 있는 날입니다.
난 3시에 일찌감치 퇴근했고 바로 집으로 왔지요.
민성이를 택견 도장에 보내고 우린 강남으로 출발했습니다.

피나 바우쉬의 공연은 공연시간이 2시간 50분(인터미션 20분 포함)으로
대단히 긴 편이라 배를 채우지 않으면 안됐습니다. 공연 도중 꼬르륵~ 소리가 나면 이 얼마나... ㅎㅎ
식사를 위해 정한 곳도 없고, 당연히 예약한 곳도 없었어요.
오늘은 그냥 발길가는 대로 가다가 보이는 곳에서 먹자...였죠.
강남역 부근은 선뜻 '이거다'라고 꼽긴 좀 다들 애매...하잖아요.

 

 

그런데 이곳이 보이더군요. 'Cote Dor(꼬뜨 도르)'
파스타는 먹고 싶었고... 그냥 들어가자는 마음에 이곳으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문앞에서 머뭇하긴 했습니다.
이곳의 느낌이... 전형적인 20년 전의 울나라 일반적인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완전 연상케했거든요.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이탈리언과 프렌치가 보급된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올드한 느낌은 전혀 장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미 문은 열었고 게다가 직원이 '오늘은 코스만 되는데 괜찮겠습니까?'라고 해서...
뭐 그래두 코스만 한다는데 기본은 하지 않겠어?하는 마음으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들어가면서 전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어 aipharos님께 '아닌 것 같으면 나가자'라고 했습니다.
근데 또 aipharos님은 내가 들어가자고 한 곳이어서 그냥 괜찮다고 했답니다. ㅎㅎ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긴 최악입니다.
음식점 글을 올리면서 가급적 좋지 않은 얘기는 하지 말자고 맘먹었었지만,
이런 기본도 없는 곳은 장사가 되어선 안된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코스만 된다면서 1인당 38,000원(VAT 별도!)를 받아먹는 이 가격에 이런 음식과 환경이라면
이건 고객을 우롱하는거죠.


서버들의 모습은... 놀라웠죠.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한 여성 스탭만 제외하곤 다른 서버들은... 할 말이 없습니다.
음식내오면서 정중하게 '즐거운 시간되세요'... 뭐 이런 쌍팔년도 멘트 날린다고
친절하고 서비스좋다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지나갔어야 하구요.
전 손님들 목소리보다 스탭들이 서로 떠드는 소리가 더 큰 레스토랑은 처음 봤어요.
게다가 주방의 스탭들이 서버들과 같이 떠들더군요.

 

 

 

 

 

 

 

 

아직까진 다가올 재앙을 확실히 모르고 있는 우리...
꼬뜨 도르의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80년대 울나라 레스토랑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스타일의 인테리어.

 

 

 

 

 

 

 

빵이 나왔습니다.
저흰 이 빵으로 이곳은 아웃이다... 오늘은 망쳤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빵은 먼저... 아교...나 뭐 이런 걸로 만든 듯 합니다. 찢어지질 않죠.
게다가 아주... 차갑습니다. 차가운 전채에 해당하는 빵인가봅니다. -_-;;;;
이걸 어케 먹으라고 주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울 aipharos님... 발사믹에 찍어 먹어보지만, 결국 저 조그마한 빵의 반을 남깁니다.
음식을 남기는 건 못써!...지만 이건 어쩔 수 없어요.

 

 

 

 

 

 

 

뭘까요...
보시는 대로입니다. 그냥 차라리 치즈만 주지 그랬어...
치즈 따로 토마토 따로 소스 따로... 저걸 왜 같이 해놨는지 모를 이 황당스러운 맛.
모짜렐라 치즈는 도대체 뭘 쓴건지 껌 씹는 것 같더군요.

 

 

 

 

 

 

 

 

우릴 정말 놀라게 한 건 이...거... 였죠.
바게뜨 위에 연어를 올렸는데 딸랑 저렇게 조그마한 집에서 쓸 법한 접시에 두개를 올려서내오고,
바게뜨는 푸석푸석하다못해 질기디 질겨서 한 입에 쑤셔 넣어야 했습니다.
이게 뭐야... 더 황당한 것은

 

 

 

 

 

 

 

위 음식을 입에 쳐넣고 있는데 바로 파스타가 나왔다는 거에요.
힘들게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파스타 나왔습니다~'
여기 서버들은 기본이 안되어있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시킨 해산물 토마토...스파게티입니다. 3가지만 선택 가능해요.
봉골레, 왕새우, 해산물 토마토...

 

 

 

 

 

 

 

그런데 웃기는 건 aipharos님은 왕새우 파스타를 선택했는데 나온 건 게맛살 파스타였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항의도 안했어요. 여긴 이미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맛이요?
음...
전 다 먹었어요. '그래도 소렌토보단 낫잖아. 선우재덕의 스게티보단 매우 훌륭하고'
(저흰 이마트에 입점한 선우재덕의 스파게티 전문점 스게티에서 식사를 하다가 열받아서
주방으로 가서 '이게 스파게티에요? 먹기는 해보셨어요? 이건 크림 라면이죠.라고 따진 적이 있습니다)
aipharos님은 결국 남겼습니다.
뭐... 충분히 저도 이해했습니다.

 

 

 

 

 

 

 

우리의 끝은 끝까지 황당했습니다.
이게 디저트...랍니다.
게다가 여긴 음료는 또 안준대요. 크하하하~ 차라리 음료를 주지.
여긴 아무래도 딸기가 남아도는 모양이더군요. 모든 물잔에 딸기를 다 넣더라구요.
많이 사놨으니 디저트에도 서야죠. 근데... 작은 스푼 하나 주면서 저 딸기는 어케 먹으라는 건지.
우린 결국 손을 이용해서 딸기를 먹었죠. -_-;;;;
저 아이스크림이요? 말하기 싫습니다.
공원가면 파는 노점 아이스크림...
동네 갈비집가면 무한 리필되는 디저트용 아이스크림...
그걸 생각하면 됩니다.

더더욱... 황당한 건
디저트 접시가 엄청나게 지저분했다는 겁니다
군데군데 제대로 씻기지 않은 흔적들이 마구 나오더군요.
수세미가 지나간 자국(정말!), 누런 소스 덩어리가 찌든 얼룩...
이 레스토랑의 인고의 세월을 그대로 껴안고 있는 이 놀라운 음식 접시.
고객들에게 전통을 느끼게 하려나 봅니다...

이곳은
블루리본을 하나 달고 있는 곳입니다.
블루리본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건 물론 잘 압니다만,
정말 묻고 싶네요. 여기 와서 먹어는 보고 평가한거냐고.

정동의 '베니니' 점심 파스타 런치가 21,000원입니다.
그 돈이면 기가막힌 맛과 엄청난 양의 시저 샐러드를 먹고,
제대로 된 파스타를 먹고, 가벼운 음료를 한 잔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전채같지도 않은 음식들과 분식점에서 먹을 법한 아이스크림의 디저트를 주고선
38,000원을 받아먹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죠. 게다가, 부가세 포함 41,800원입니다.
여기에 3,000원 정도만 더 보태면 신촌의 델리지오제에서 성찬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강남이라는 이유?
그래도 이건 우롱이죠.
너무 합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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