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sitor] directed by Thomas McCarthy
2007 / 약 103분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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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푹 쉬고 싶었다.
친구의 술 한잔하고 감자탕이나 먹자는 전화도 마다하고 그냥 쉬고 싶었다.
이틀을 푹 쉬고 싶었지만 토요일엔 식구들 모두 같이 쇼핑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사진찍는 것도 귀찮아 사진기는 아예 집에 놓고 나갔다. 토요일 저녁 늦게 들어오니... 또다시 피곤모드.
덕분에 오늘까지인 척 클로스의 전시는 물건너갔다. 정말 나갈 자신도 없고 뒹굴대며 쉬고 싶었다.
그대신 aipharos님과 영화를 봤다.
뮤직뱅크를 민성군과 보며 '전세대층에 고루 인기를 얻고 싶다'던 동방신기가 전혀 달라진게 없는 걸 보면서
(이미 티저 스틸들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야들은 절대 변할 수 없다) 같이 실컷 씹기나 하고, 빅뱅이 뮤뱅에
나오지 않는 걸 보며 아들과 광분이나 하고 말이다.
aipharos님의 점점 더 발전하는,
일류 이탈리언 레스토랑 수준에 범접해가는 엔초비 파스타를 정말 거하게 먹어 치우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단, 일요일엔 두 편의 영화를 봤다.
오전에 본 영화는 [the Station Agent]로 아주 인상깊었던 Thomas McCarthy(토마스 맥카시)감독의 07년작인
[the Visitor]다. 서로 상처받고 닫았던 마음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지나친 기대가 다시 상처받고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드라이하게 그려낸 토마스 맥카시.
이번엔 911 이후 더욱 삭막해지기만 하고, 테러에 대한 보호라며
오히려 수많은 인권 유린과 위선과 권위로 똘똘 뭉쳐 일그러져가는 미국의 모습을
월터 베일(리차드 젠킨스) 교수에게 일어나는 해프닝을 통해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런 소재 너무 흔하다싶지만, 미국 중산층과 단편적인 비미국인들과의 관계를 단편적으로 그려내던 다른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보다 더 한 발 가까이 나간다. 마치 [Paradise Now]에서 감독이 현실의 경계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한 발을 더 내딘 것처럼 토마스 맥커시 감독도 다들 꺼리는 그 경계를 넘어 현실을 드러내고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월터 베일은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부인을 잃고 하루하루가 무료한, 저명한 경제사회 학자이자 교수로 나온다.
그가 주로 다루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제3세계 국가들의 가난을 어떻게 종식시키는가'에 대한 논의들이다.
사실 우린 아주 자주 보게 되지 않나?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서적에서도, 폴 크루그먼의 서적에서도,
촘스키의 수많은 책들 속에서도 궁극적으론 제프리 삭스의 책에서도,
~~하면 제3세계의 가난과 고통을 없애버릴 수 있다고. 석학들의 그러한 선언과 합의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그런 선언과 합의 이전에 모두가 침묵하는 불합리와 부조리가 얼마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다인종들을 구석으로 내몰고 소외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느덧 '미국이라는 나라의 구성원'인 줄 알게 되지만, 현실의 시스템은 단 한번도 그들을 미국인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그저 최소한의 지성인의 배려로 시작된 월터의 타렉과 자이납, 이 두 아랍,
아프리카 출신의 연인들과의 기묘한 동거는 처음엔 그저 삶에 광합성을 주는 정도였지만 결정적인 사건 이후로
월터는 직접 그들의 삶에 뛰어들고 자신을 반추하게 되며 그리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해 '분노할 줄 알게' 된다.
이 영화에서 '분노할 줄 알게 된다'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지금 이 신자유주의자들의 광폭한 전세계적 횡포는 다수의 '침묵'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이런 내용은 분명히 이 영화와 연관이 있다. 실제로 월터가 참여한 컨퍼런스 자체도 세계화에 관련된 컨퍼런스다)
후반부에 분노할 줄 알게 되는 월터의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은 정말 분노해야할 것에 분노하고 있는가? 라며 자문하게 된다.
월터는 껍질을 벗고 인간의 감정으로 타렉과 자이납, 그리고 모나(타렉의 엄마)에게 다가가게 되고,
그들이 그 누구와 똑같은 존재이고 사랑받을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
시스템이 그들을 그런 존재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때,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그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을
국가라는 권력이 인정하지 않고 자의적 잣대로 대하려 할 때 월터는 폭발한다.
한없이 쓸쓸한 마지막 장면이 아마 한동안 가슴에 먹먹하게 자리할 것 같다.
짐베로 마음을 여는 월터. 상냥한 젊은이 타렉
이 장면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미국판 [가족이 탄생]같다.
*
Richard Jenkins의 연기는 정말이지... 무료한 일상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생명력을 획득해가는 월터라는 인물을 이처럼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
타렉의 엄마인 모나 카릴역은 Hiam Abbass 가 맡아 열연했다.
워낙... 지적이며 아름다운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도 역시나 그 우아함과 곧은 이미지가 너무 잘 어울린다.
어디서 봤나...했더니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자살폭탄테러를 다룬, 정말 가슴아픈 영화 [Paradise Now]에서
주인공 사이드의 엄마로 나왔었다. 그러고보니 기억이 나더라.
그런데 정작 그녀는 이스라엘 출생이라는 거.
[the Life before Her Eyes/인 블룸] directed by Vadim Perelman
2007 / 약 103분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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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킹슬리와 제니퍼 코넬리의 건조한 연기가 더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던 영화. [House of Sand and Fog]을
기억하시는지.
Vadim Perelman의 수작이었던 이 영화가 지난 후 4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 바로 [the Life before Her Eyes] (이하 '인 블룸')이다.
감독에 대한 기대, 그리고 Evan Rachel Wood가 나온다는 점(여러번 반복되어 강조했지만 난 개인적으로 Evan Rachel Wood의 오래된 팬이며
그녀가 헐리웃의 진정한 스타 중 한 명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 중 하나다) 덕에 이 영화를 저녁에 aipharos님과 함께 봤다.
IMDB 키워드에 이 영화가 Drama / Thriller라고 되어 있던데 왜 스릴러 코드가 있는지는 영화 중반이 넘어가면 대강 눈치는 챌 수 있다.
Vadim의 놀랍고도 치밀한 구성력과 건조한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사실 이 영화는 무척 실망스러울 수 있다.
어딘지 제작자와 뭔가 맞지 않았음이 느껴지는 성긴 내러티브와 어정쩡한 편집. 사실 편집이 가장 큰 문제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Vadim의 의도가 어떻든, 이 영화는 지나치게 반전을 강조하는 헐리웃 스릴러 물처럼 만들어 버렸는데,
그 덕에 쉴새 없이 반복되는 플래쉬 백은 오히려 맥을 툭툭 끊기 일쑤고 몰입감을 떨어뜨려 버리고 만다.
게다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임에도 그 메시지가 뜬구름 잡듯 모호한 터라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가 되어버리고 만 듯 하다.
그렇더라도 에반 레이첼 우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오랜만에 우마 서먼의 건재한 모습을 보게되니 또 반갑긴 하더라.
오프닝 크레딧이 아주 인상적이다.
미국에서 자주 벌어지는 참극. 학교 총기 살해 사건을 다룬 영화.
이 스틸컷들을 보면 Vadim은 이를 종교적 순교처럼 표현하려 한 듯 하다. 바로 위 스틸 컷은 사실상 종교화다.
참극의 15년 후.
Evan Rachel Wood는 Uma Thurman의 학생시절을 연기한다.
수많은 플래쉬 백이 등장한다.
절친한 친구 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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