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성이 덕에 아주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민성이가 aipharos님과 함께 지난 금요일 홍대 '더 갤러리'에서 홍지윤 전시회를 보고 왔다.
민성이는 홍지윤 전시회가 두번째다.
2007년 5월 15일 문화일보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이후 두번째 방문.
그때 민성이는 홍지윤 작가와 사진도 찍었다.
aipharos님이 포스팅한 글은 이것.
민성이는 '더 갤러리'의 작은 공간도 좋았고, 전시도 좋았고
무엇보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상을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노트에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꽃 그림을 각양각색으로 아주 많이 그렸다
그리고 그걸 내게 다음날 아침 보여줬다.
그런데 3월 24일에 거기 작은 글씨로 글을 써놓았더라.
그 글은 이렇다. (카메라가 수리 중이어서 그냥 글로 쓴다)
사람은 마음으로 시작된다. 검정을 이겨내며 빛으로 이끌어간다.
빛으로 가는 사람은 언제나 선하다.
나도 꽃을 좋아한다.
마음이 꽃처럼 부풀어 오른다.
삶은 많아지고 마음은 꽃처럼 깨끗하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엔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the World's Fastest Indian]을 보고 나서
버트 먼로우가 탄 vehicle을 그리고 그 아래에 이렇게 썼다.
사람은 점점 빨라진다. 오토바이, 자동차, 기차 이 모든 것을 사람이 창조한다.
하나의 꿈을 위해 속도를 만들다. 08.3.24 민성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잠시 자신의 아이들의 능력을 특별한 것으로 간주하곤 한다.
마음에 손을 얹고 말을 하지만, 나와 aipharos님은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냥 우리 아들은 정말 평범하지만, 정말 선하고 바른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민성이의 선하고 바른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린 우리 아들을 정말 너무 지나치게 '평범'하게 생각했나보다.
그덕에 aipharos님과 나는 민성이가 노트에 쓴 저 글들을 갖고 민성이에게 어디서 본 글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뭐 다른 분들이 보기에 저 글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본 민성이는 저런 글을 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푸하하...)
결국 아들이 폭발했다. 아무리 우리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아 진짜 왜 이렇게 사람 말을 안믿어요."
우리 아들도 이제 쑥쑥 크나보다.
저 짧은 두개의 글을 집에 들어와서 읽어보면서,
이제 우리 아들도 성장기의 방황을 겪고, 고민하며 슬퍼하고 그리고 또 더 크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 다시 다짐한다.
언제나 이해하고 힘이 되는 아빠가 되자고. 정말 다시 한번 다짐한다.
그나저나...
에슐리...로 저녁먹으러 간 어머님, aipharos님, 민성이는 밤 9시 30분이 되도록 아직도 안들어 오고 있다.
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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