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금요일.
LG 아트센터에서 리 브루어와 극단 마부 마인의 '인형의 집' 공연이 있는 날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가기 전, 식사는 도곡동의 프렌치 'A Cote(아 꼬떼)'에서 하기로 예약했죠.
원래 디너는 6시부터입니다만, 저희가 8시부터 공연을 봐야하므로 힘들 것 같다고 하니까
인원수를 물어보시곤 5시로 조정해주셨습니다. 배려에 정말 감사했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5시까지 도착했지요. 저도 일 볼 것이 있어서 정말 부랴부랴 갔는데 길은 정말
하염없이 막히더군요.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이지...
아무튼 이곳은 대치중학교 쪽 도곡 파출소 바로 건너편 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찾기도 쉽답니다.
02-577-1044
서울시 강남구 도곡2동 422-6
http://blog.naver.com/acote1044
이곳입니다. 간판 무척 예쁘죠?
팬 또는 냄비를 형상화한 저 간판은 너무 예뻐요. 밝을 때 보면 잘 모르는데, 어두워진 후 조명이
켜지면 정말 예쁩니다.(이 사진은 식사를 다학 나와서 찍은 거에요)
반지하처럼 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나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의 모습이지요?
내부는 적당히 고풍스러우면서도 고루한 분위기가 아닙니다. 아주 아늑하고 맘에 들어요.
부담스럽지도 않고 말이죠.
창 밖으로 모형 오리가 보입니다. ㅎㅎ
테이블의 공간이 넓직해서 독립성이 적절히 보장되어 쾌적한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맥킨토쉬 앰플리파이어,
그리고 저 스피커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암암리에 소문을 떨치고 있는 덴마크산 DANTAX입니다.
실제로 처음 들어봤는데 해상력이 상당하더군요.
음악은 Getz & Gilberto, Rod McQueen등이 나왔습니다. Rod McQueen은 저의 부탁이었구..ㅎㅎ
인테리어의 꼼꼼함이 아주 맘에 들었어요.
저 문 안이 바로 주방.
메뉴입니다. 나중에 이 메뉴판에 쉐프의 사인을 받아서 가져왔습니다.
점심엔 A La Carte도 가능하다는데, 저녁은 코스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예약하고 오셔야 합니다. 예약안하고 오시면 아무 것도 드실 수 없습니다. 반드시 먼저 예약하셔야 합니다.
점심은 35,000원(VAT별도)로 알고 있고, 저희가 먹은 저녁은 70,000원(VAT별도)입니다.
저녁이야 저희가 먹어서 그 진가를 알지만, 점심도 거의 만만치 않더군요. -_-;;;
식전 빵과 식전 음료 끼르(Kir)
자, 빵이 나왔습니다.
아, 이전에 식전 음료가 먼저 나왔습니다. 프랑스 식전 음료인 끼르(Kir)입니다.
이 사진엔 끼르의 이미지가 없구요. 바로 아래 사진 왼쪽에 보면 좁은 잔에 든 붉은색 음료가 바로 끼르입니다.
카시스 열매의 내음이 아주... 상쾌합니다. 입맛을 돋구워주는 역할 제대로 합니다.
빵은 그야말로 진정한 내공을 보여주는 식전 빵입니다.
내공이 깊은 빵이란게 도대체 뭔지 보여주는 식전빵입니다.
오른쪽 플레이트 위의 버터를 발라 먹으면... 너무 좋아요.
키조개와 성게알입니다. 소스는 망고를 넣은 황도 소스였구요.
저흰 와인을 시키지 않아, 식전 음료를 주었는데 음료의 향과 잘 맞아 떨어지는 메뉴였어요.
어뮤즈 부쉐라고 하기보단 되려 앙트레에 가까운...ㅎㅎ(좀 비약이 심하지만)
특히 키조개의 그 두툼한 두께와 놀라우리만치 쫄깃한 씹는 맛은 대단했습니다.
우유 거품을 곁들인 단호박 스프입니다.
이렇게 부드러운 단호박 스프는 처음 먹어봅니다.
단호박의 단맛이 과하지 않도록 그랑 마니에르를 썼다고 합니다.
살짝 올려진 꽃잎은 카란툴라.
보기 좋은 것이 맛도 있더라...는 거죠.
Foie Gras(프와그라)입니다.
오향과 계피가 들어간 빵, 꿀에 조린 사과, 건 살구를 곁들인 프와그라구요.
소스는 포트와인소스입니다. 프와그라가 아주 잔인한 음식이긴 한데... 사양안하고 먹었습니다.-_-;;
나이프를 대자 그냥 미끄러지듯 잘라지더군요.
간은 약간 짭쪼름한데 빵을 곁들여서 먹으니 기가막힌 매칭이더군요.
아... 침 넘어간다...
Langoustines
2시간 이상 허브를 재우고 오븐에 구운 토마토, 아스파라거스를 채운 리가토니와 베샤멜 소스를 곁들인 제주도산 딱 새우.
소스에 샤프란을 약간 올렸습니다.
딱 새우는 알다시피 랍스터와 새우의 중간 맛인데요. 실제 맛도 그 표현 그대로입니다.
저 피클은 프랑스산인데 맛이 대단히 드라이하면서도 강합니다.
Canard
감자 퓨레와 오리기름, 로즈마리, 타임으로 맛을 낸 마늘, 건 자두 소스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구이.
이 메뉴도 대박이었는데요, 겉을 바삭하게 태우고 속을 먹기 좋게 익힌 오리 가슴살의 맛은 뭐라 형언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위에 얹은 루꼴라 + 발사믹 조화가 아래 소스와 함께 섞이면서 풍기는 맛은 그야말로 독특하다는거죠.
마늘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음을 과시하고 말이죠.
Poisson
펜넬, 토마토, 마늘, 레몬, 레디쉬, 양파, 샐러리, 바질, 소금, 후추, 버터, 올리브 오일을 넣고 오븐에서 조리한 우럭...입니다.
프로방스 스타일의 요리인데요. 우럭의 선도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 바로 느껴집니다.
생선이 무슨 육질 정말 좋은 고기 씹는 느낌이었어요. 포크로 살을 찍으면 쫄깃하게 찢겨 올라오는
느낌이... 놀라왔습니다.
특히 야채들... 올리브 오일과 함께 환상이 맛을 자아내더군요. 아주 싹싹 먹어버렸답니다.
Sorbet
메인을 앞두고 입을 한번 환기시킵니다.
제주도 친환경 한라봉 샤벳.
적당히 상큼하고 아주 좋은데 먹기힘든 플레이트는 약간 에러 같아요.
Filet De Boeuf
나왔습니다... 고베산 와규 등심.
main은 두가지 중 선택입니다. 하나는 고베산 와규 등심, 다른 하나는 양갈비죠.
전 고베산 와규에 대한 찬사를 하도 많이 듣고, 봐와서 이번 기회에 고베산 와규를 한 번 맛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aipharos님도 모두 고베산 와규 등심을 시켰어요.
정확히 말하면 이곳은 일본산 고베 와규가 아니라 '호주산 고베 와규'입니다.
당연하단 생각도 듭니다. 당췌 일본산 고베 와규라면 이 가격에... 바랄 걸 바래야지.
소스는 부어 먹을 수 있게 나옵니다.
맛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놀라운 맛이었어요.
소스? 필요없습니다. 그저 같이 곁들여진 놀라운 가니쉬들과 씨겨자면 되는거에요.
시금치의 맛과 감자, 베이컨의 조화도 대단했구요.
고기맛은... 불맛과 깊은 육질이 그대로 느껴지는 환상의 맛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난데없이 '이 맛을 보고 일요일 BISTECCA에서 어떻게 스테이크를 먹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정말로...)
DESSERT
크림뷔레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과 생 초콜릿입니다.
디저트 담당 쉐프님이 직접 가져오시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쵸콜릿의 진득한 맛이 아직도 입안에서 살아 있는 것 같아요.
Cafe
이 놀라운 음식들을 먹고 난 후... 전 아메리카노.
aipharos님은 에스프레소로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aipharos님.
저도 마찬가지.
이곳은 지배인님의 사람좋은 미소도 좋지만, 정말 좋은 건 음식이 나올 때마다 쉐프가 나와서
음식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는거에요.
이건 아주 큰 도움이 된답니다. 최소한 내가 뭘 먹고 있는 지 정도는 알게 되잖아요.
**
전체적으로 메뉴 구성도 오르되브르라고 보기보단 앙트레에 모두 가까운 구성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전채요리의 느낌은 잘 살려줬구요.
이런 구성에 이 가격이라면 이건 최고의 성찬 중의 성찬입니다.
강남 어딜 가서 이런 디너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만간 다시 또 오기로 했습니다.
아직은 너무 덜 알려져서 저희가 먹을 때도 한 테이블만 더 오더군요.
이런 곳이 성업해야 문을 닫지 않지요.
아무튼... 정말 멋진 디너였습니다.
졸려서 더 못쓰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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