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북동 부쿠(BUKU)에서 구입한 세 권의 책.
『동사의 맛』, 『지적자본론』,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동사의 맛』, 『지적자본론』,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선생의 책.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제목을 참... 잘 지었다.
과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세간의 인식을 그대로 인정한 뒤 ~니다만...이라는 말로 이후에 유쾌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저자의 뚝심을 드러낸다.
따로 글 올리겠지만 실제로 이 책은 유쾌하고 종종 크게크게 뒷통수를 툭툭 친다.
이제서야 구입했다.
에휴...
이 책도... 그동안 살까말까 미루고미루다가 이제서야.ㅎ
... 따라서 기업은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기업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난 츠타야 서점의 마스다 무네아키 대표의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와 동시에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업계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판임에도 현실은 개엉망이란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게되지.
그러던 어느 주말,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개막됐다.
마리아 할머니는 나를 억지로 텔레비전 앞에 앉혀놓고는 정성스럽게 데워놓은 맥주를 대접하면서 독일 선수들의 선전을 내 눈으로 보게 했다.
마리아 할머니는 신이 난 것 같았다.
그런데 독일 아나운서는 "우리 자랑스러운 독일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아헨 공대 학생이 금메달을 땄습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물었다.
"독일 사람이 딴 겁니까, 아헨 사람이 딴 겁니까?"
"아헨 사람이 메달을 딴거지."
독일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한 할머니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올림픽은 국가적인 대사라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잔치라는게 평범한 독일 할머니의 생각이었다.
1992년 8월 9일 늦은 저녁 시간, 황영조 선수가 56년 만에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했다.
나는 감격한 나머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도 사실은 일본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었으며, 나치가 올림픽을 선전도구로 이용하였지만 오히려 조선 같은 식민지 사람들은 어떤 희망을 얻기도 했다고 되지도 않는 독일말로 떠들었다.
마리아 할머니가 조용히 물었다.
"이번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너와 같은 도시 출신이야?"
황영조가 삼척 출신이라는 것을 알 턱이 없는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감격에 겨워 외쳤다.
"중요한 것은 그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말없이 따뜻한 맥주만 마시던 콜베르크 할아버지가 한마디 했다.
"나치 시대에 독일 사람들도 그랬어."
아직도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 책 중에서
(와이프가 이 부분을 읽어줬는데 상당히 인상깊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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